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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치 & 프레젠테이션/스피치 & 프레젠테이션 스킬

질문으로 시작하는 오프닝 - "닫힌 질문"으로 시작하자

 

 

 

청중들은 기본적으로 무심합니다.

(물론 아닌 사람들도 있죠!)

 

정말 좋아하는 사람의 강연을 듣기 위해 먼 길, 긴 시간을 온 경우가 아니라면,

 

잘 모르는 사람의 스피치를 처음부터 귀 기울여 듣는 사람은 없죠.

 

기본적으로 '쟤 얼마나 잘 하는지 한 번 볼까?' 하는 마인드가 대부분일 거에요.

 

그렇기 때문에 여기서 바로 본론부터 시작해버리면,

 

이제부터 청중들은 우리들의 스피치를 매의 눈으로 보기 시작할 겁니다.

 

 

 

이런 얼어 있는 분위기를 풀어주고, 청중들이 호기심과 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

 

바로 본론부터 시작하는 게 아니라, '오프닝'을 잘 열어야 한다고 했었죠.

 

그리고 그 오프닝의 방법으로 '질문', '에피소드', '최근 핫한 이슈' 등등을 얘기했습니다.

 

특정 프레임에 갇히지 말고,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창의적인 방법을 생각해보는 것도 추천했었죠.

 

▼ 참고

[스피치&프레젠테이션 스킬] 2. 오프닝에서 사로잡아라.

 

[스피치&프레젠테이션 스킬] 2. 오프닝에서 사로잡아라.

"안녕하세요. OOO입니다. 발표를 시작하겠습니다. 제가 분석한 A사의 마케팅 전략은... · · · 따라서 A사의 향후 마케팅 전략은 ···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이..

royalroadspeech.tistory.com

 

오늘은 '질문으로 시작'하는 좋은 오프닝 방법을 하나 말씀 드리려고 합니다.

 

바로, '닫힌 질문'으로 시작하라는 건데요.

 

'닫힌 질문'으로 시작하는 게 무슨 말일까요?

 

 

 

제 경험을 예로 한 번 들어보겠습니다.

 

한 번은 '카풀 vs 택시'에 관한 발표를 할 때였습니다.

 

당시 제 메시지는 "카풀을 무작정 찬성할 것이 아니라, 택시 산업의 현실적인 문제를 알고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 였습니다.

 

이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많은 분들이 택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있고, 단순히 이런 부정적인 인식으로 인해서 감정적인 판단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택시 산업의 현실적인 문제를 알고 더 건설적인 논의를 할 필요가 있다' 라고 해야 했죠.

 

그래서 우선 '택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만연해 있다' 라는 점을 '질문'을 통해 끌어내야 했습니다.

 

앞에 계신 세 분에게 이렇게 물어봤습니다.

 

 

 

"혹시 택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

 

 

 

사람들은 조금 당황한 표정이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택시 기사님 때문에 화가 날 때도 있고,

 

택시를 타서 편리했던 적도 있고,

 

택시가 잡히지 않아서 애를 먹었던 적도 있고,

 

정말 다양한 경험들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말 그대로 뭘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거죠.

 

 

 

그 때 뭔가를 깨닫고 다시 질문을 했습니다.

 

"택시에 대한 이미지를 떠올려 봤을 때, '좋다' vs '싫다' 어느 쪽이세요?"

 

이렇게 질문을 하니까 세 분 모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을 해주셨습니다.

 

'좋다' 아니면 '싫다' 로요.

 

 

 

처음에 했던 질문은 '열린 질문'이었습니다.

 

'택시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말해주세요' 같은 질문이었죠.

 

발표를 들을 준비도 안 되어 있는 분들에게 이런 열린 질문을 하는 것은 굉장한 부담일 겁니다.

 

면접장에서 면접 질문에 답변하는 느낌일 수 있겠죠.

 

그럼 오히려 저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이 생겨서 더욱 거부감이 들 수도 있을 겁니다.

 

 

 

반면, 제가 다시 했던 질문은 '닫힌 질문'이었죠.

 

'좋다' 혹은 '싫다' 둘 중에서 자기가 더 가까운 쪽으로 대답하면 되는 거죠.

 

평소에 택시를 너무 잘 타고 다녔고 편리했던 기억이 많다면 '좋다' 라고 답할 것이고,

 

평소에 택시 기사님의 정치 이야기에 신물이 났던 분들은 '싫다' 라고 답할 겁니다.

 

(다행히도 제가 원했던 방향대로 세 분 모두 '싫다' 라고 하시더군요.)

 

이렇게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건 너무 쉬운 일입니다.

 

부담이 하나도 없겠죠.

 

 

 

이렇게 닫힌 질문을 통해 대답을 이끌어냈다면 그 다음 질문을 이어갈 수도 있습니다.

 

저는 '싫다' 라고 답하신 세 분에게 모두 그 이유를 간략하게 말씀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자신들의 경험을 간략하게 모두 풀어주시더군요.

 

제가 들은 대답은 '택시 기사님이 정치적인 얘기를 많이 한다', '택시 기사님이 성희롱 발언을 많이 하신다', '운전하다보면 택시가 너무 난폭 운전을 많이 한다' 였습니다.

 

이 답변들을 듣고

 

"네, 이렇게 '정치 얘기를 한다, 성희롱을 한다, 난폭 운전을 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택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만연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카풀이야 말로 썩어빠진 택시를 대체할 새로운 교통 수단이라고 강력하게 믿고 있죠. 그러나 그게 그렇게 간단한 일일까요? '썩어빠진 택시와 구원자 카풀'이 근본적인 문제가 맞을까요? 저는 오늘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라고 이어받아 시작했습니다.

 

 

 

다른 예를 들어보자면,

 

"성공의 기준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와 같은 질문보다는 " '돈', '명예', '자기 만족' 중에서 어떤게 본인의 성공의 기준인가요?" 가 낫겠죠.

 

또, "행복이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와 같은 질문보다는 "행복은 누구나 좋아하는 거죠? 그렇죠?" 혹은 "돈이 1억이 생긴다면 행복할 것 같으세요?" 와 같은 질문이 낫겠죠.

 

두 가지 예시 모두 첫 질문은 '열린 질문', 그리고 두 번째 질문은 '닫힌 질문'이죠.

 

여러분들이 청중이라면 어떤 질문에 더 대답을 할 의향이 있으신가요?

 

 

 

이렇게 질문을 하고 답변을 하는 과정에서 청중들은 우리들의 스피치에 관여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흥미가 생기고 '매의 눈'이 아닌 '호기심의 눈'으로 보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죠.

(물론 그래도 끝까지 '매의 눈'으로 평가하고자 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답변을 할 수 있게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겁니다.

 

위의 '열린 질문'처럼 답변하기도 힘든 질문을 한다면,

 

답변을 이끌어내지도 못할 것이고,

 

억지로 이끌어낸다 하더라도 '흥미'를 가지게 하기는 힘들 겁니다.

 

그래서 '답변하기 굉장히 쉬운 질문', 즉 '닫힌 질문'으로 시작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소개팅을 하기로 했는데 뭘 먹을지를 고민할 때,

 

소개팅 상대에게 "어떤 음식 좋아하세요?" 라고 질문하기보다

 

"제가 잘 아는 곳 중에 양식집이랑 일식집이 있는데, 어떤 걸 더 좋아하세요?"

 

와 같은 식으로 물어보라는 것은 거의 소개팅 공식처럼 나오는 얘기죠?

 

 

 

저는 스피치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소개팅에서 저렇게 '닫힌 질문'을 하는 이유는 상대방의 고민을 덜어주기 위한 일종의 '배려'입니다.

 

스피치도 소개팅만큼 중요하다면, 청중도 소개팅 상대만큼이나 '배려'를 해야겠죠.

 

그리고 그 '배려'의 일환이 '닫힌 질문'입니다.

 

 

 

혹시 오프닝에서 질문을 하긴 해야겠는데, 어떤 질문을 어떻게 할지 너무 고민이시라면,

 

어떤 질문이든 대답이 몇 가지로 한정되어 있는 '닫힌 질문'으로 열어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