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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시사 상식

(홍콩 시위, 홍콩 국가보안법 총정리) 4. 2019년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반대 시위

 

2019년 6월 9일,

 

100만 명의 홍콩 시민들이 또 다시 거리로 쏟아져 나옵니다.

 

일주일만에 2배인 200만 명으로 불어나면서, 홍콩 반환 이후 최대 규모의 시위가 이어집니다.

 

무엇이 이들을 또 다시 거리로 뛰쳐 나오게 만든 것일까요.

 

 

 

'범죄인 인도법', 일명 '송환법' 반대 시위.

 

2003년 '국가보안법 반대 시위', 2014년 '우산혁명', 그리고 2019년 '범죄인 인도법 반대 시위'까지.

 

이전 포스팅에서도 항상 말씀드렸습니다만,

 

이들은 모두 '모양'만 다를 뿐, 중국의 통제에서 벗어나 자유를 외치는 '민주화 운동'이라는 점에서 그 맥락은 같습니다.

 

 

 

'범죄인 인도법 반대 시위'는 그럼 왜 발생하게 된 것이며,

 

홍콩 시민들이 이를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한 것이며,

 

이것이 '민주화 운동'과는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이며,

 

시위의 결과는 어떻게 됐는지,

 

지금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2018년 2월.

 

대만에서 한 홍콩 여성이 살해당합니다.

 

범인은 함께 대만으로 여행 간 피해자의 남자친구였습니다.

 

범인의 이름은 '찬퉁카이'.

 

찬퉁카이는 피해자인 여자친구와 함께 대만으로 여행을 떠나 임신한 여자친구를 살해했습니다.

 

피해자의 시신은 대만에 유기하고 찬퉁카이는 홍콩으로 돌아옵니다.

 

 

그런데...

 

 

 

홍콩에서는 '찬퉁카이'를 처벌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 잡은 살인범을 결국 풀어주게 됩니다.

 

 

???

 

홍콩인이 홍콩인을 죽였는데, 홍콩에서 처벌을 못한다?

 

그렇습니다.

 

문제는 바로 여기서 시작됩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속인주의'와 '속지주의'에 대해서 알아야 합니다.

 

 

'속인주의''속지주의' '형법의 적용범위에 대한 기준'을 나누는 개념입니다.

 

'속인주의'는 그 기준을 '범죄자의 국적'으로 정하는 것이고,

 

'속지주의'는 그 기준을 '범죄를 저지른 장소'로 정하는 것이죠.

 

 

 

따라서 '속인주의'를 채택하는 국가라면,

 

범죄자가 범죄를 어디서 저질렀는가에 상관 없이 그 범죄자가 '자국민'이라면 자국법으로 처벌 가능합니다.

 

반면, '속지주의'를 채택하는 국가라면,

 

범죄자가 아무리 '자국민'이라 하더라도, 다른 나라에서 범죄를 저질렀으면 자국법으로 처벌할 수 없고,

 

반대로 범죄자가 '외국인'이라 하더라도, 자국 영태 내에서 범죄를 저질렀으면 처벌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이해를 돕기 위해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가상의 A국이 '속인주의'를 채택하고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A국민이 다른 나라에서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이때, '속인주의'는 '범죄자의 국적'을 기준으로 형법을 적용하기 때문에 A국 법으로 처벌이 가능합니다.

 

 

 

반대로, A국이 '속지주의'를 채택하고 있다고 해볼까요?

 

마찬가지로 A국민이 다른 나라에서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하지만, '속지주의'는 '범죄가 발생한 장소'를 기준으로 형법을 적용하기 때문에 범죄자인 A국민을 처벌할 수 없습니다.

 

범죄가 발생한 장소가 A국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리 범죄자가 '자국민'이라 하더라도 A국법을 적용할 수 없죠.

 

 

 

이제 찬퉁카이가 왜 석방된 것인지 이해가 되실 겁니다.

 

 

우선, 홍콩은 '속지주의'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찬퉁카이는 '홍콩인'이지만, 살인을 저지른 장소는 '다른 나라(대만)'죠.

 

'속지주의''범죄가 발생한 장소'를 기준으로 형법을 적용하기 때문에 '다른 나라(대만)'에서 범죄를 저지른 '홍콩인(찬퉁카이)'을 처벌할 수가 없는 겁니다.

 

 

 

그러면 이런 의문이 생깁니다.

 

"응? 뭐야.. 그럼 그냥 다른 나라 가서 범죄 저지르고 돌아오면 무죄야?"

 

그렇지는 않습니다.

 

 

'범죄인 인도 조약'이라는 게 있습니다.

 

찬퉁카이 사건과 같이 범죄인이 다른 나라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자국으로 도망 온 경우,

 

그 범죄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그 나라로 인도해줄 것을 약속한 조약입니다.

 

현재 홍콩은 캐나다, 호주, 미국, 영국 등을 포함해 약 20여개 국가와 '범죄인 인도 조약'이 체결돼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대만과는 이 조약이 체결돼 있지 않다는 거죠.

 

 

 

그래서,

 

바로 오늘의 주제인 '범죄인 인도법(송환법)'이 등장한 겁니다.

 

 

'홍콩 범죄인 인도법(송환법)'이란,

 

대만과 같이 홍콩과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에도

 

사안에 따라서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한 겁니다.

 

 

 

???

 

"뭐야? 그럼 좋은 거 아니야? 범죄자놈들 처벌할 수 있잖아?"

 

문제는 여기에 있습니다.

 

 

협정대상국에 중국이 포함돼 있다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무슨 일이 발생할까요?

 

중국의 현 체제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정치범으로 몰아 모두 중국으로 이송시킬 수 있게 됩니다.

 

여태까지 시위에 참가했던 모든 사람들이 범죄자가 되어 중국으로 끌려갈 수 있다는 거죠.

 

사실 이러한 우려에는 근거가 있습니다.

 

 

 

2015년,

 

홍콩 코즈웨이베이에서 서점상 5명이 잇달아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그런데 그들은 모두 시진핑 정권을 비판하는 서적을 출판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수개월 후에야 비로소 이 사람들이 중국에서 조사를 받고 있음이 밝혀집니다.

 

중국 공안이 붙잡아 간 것이라면, 홍콩 기본법 상 불법입니다.

 

그런데, 만약 '범죄인 인도법(송환법)'이 통과된다면

 

이제는 이와 같은 일들이 합법적으로 벌어질 수 있게 됩니다.

 

홍콩 시민들은 이것을 우려했던 거죠.

 

 

 

더 큰 문제는 '송환 여부'를 홍콩 행정장관이 결정한다는 겁니다.

 

알다시피 지금까지도 그랬고, 현재의 '캐리 람' 행정장관도 홍콩 시민들의 직접 선거로 뽑히지 않은, 엄밀히 말하면 '중국의 꼭두각시'입니다.

 

'중국의 꼭두각시'가 '송환 여부'를 결정한다?

 

이렇게 되면 어떻게 될지 감이 오시나요?

 

어떻게 보면 2003년에 제정하려고 했던, 그리고 2020년 현재 결국 제정된 '국가보안법'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앞으로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은 물론, 중국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모두 체포돼 중국 본토로 이송될 수 있습니다.

 

 

 

 

이에 2019년 6월 9일,

 

100만 명의 홍콩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옵니다.

 

그리고 '송환법 완전 폐지'를 선언한 2019년 9월 4일까지,

 

88일간의 대규모 시위가 이어집니다.

 

이것이 '2019년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반대 시위'입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시위대원들이 무차별적으로 폭행을 당하고 체포됐습니다.

 

그러나, 결국 홍콩 시민들은 '범죄인 인도법(송환법)'이 제정되는 것을 막아냈습니다.

 

지난 2014년 79일간의 '우산혁명'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홍콩 시민들은 우산혁명 때보다 더 긴 88일간의 투쟁을 이어나가며 결국 승리를 거머줬습니다.

 

하지만, 완벽한 승리라고 할 수만은 없습니다.

 

 

 

'범죄인 인도법(송환법)'의 완전 폐지는 시위대의 '5가지 요구사항' 중 하나였습니다.

 

나머지 4개 요구사항에 대해서는 홍콩 정부가 수용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전 편을 보신 분이라면 여기에 왜 또 다시 '행정장관 직선제'가 있는지 아실 겁니다.

 

결국 이 모든 것들은 '민주화'라는 큰 개념으로 묶여 있기 때문입니다.

 

 

 

홍콩 시민들의 강력한 의지로 '범죄인 인도법'이라는 말도 안 되는 법이 제정되는 것은 막아냈습니다.

 

그러나, 이는 많은 산들 중 하나를 넘은 것뿐입니다.

 

진정한 홍콩의 민주화를 위해서는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중국은 2020년, 결국 '국가보안법'을 통과시켰습니다.

 

1997년 반환 이후 약 23년간 이어진 홍콩 시민들의 투쟁이 물거품이 된 순간이었죠.

 

많은 국가들이 이를 비난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귀추가 주목됩니다. 

 

 

 

다음편인 '2020년 홍콩 국가보안법'편은 현재 진행형인 만큼 홍콩 시위의 마지막 포스팅이 되겠습니다.

 

읽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