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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어때?

<기획에서 기획을 덜어내라> - 김도윤, 제갈현열

 

"기획자가 아닌 사람들에게 더 필요한 책"

 

 

이미지 출처 : YouTube <김작가TV>

 

처음 이 책을 접한 건 내가 즐겨보는 유튜브 채널 <김작가TV>에서였다.

 

게스트로 제갈현열 작가님이 나오셨고, 기획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사실 별 관심이 없었다.

 

'음... 대단한 사람이구나... 공모전 60관왕이라니... 부럽네...'

 

나름 대학교 때 공모전을 꽤나 시도해봤던 사람으로서 공모전 60관왕이라는 게 무슨 의미인지는 누구보다 잘 알았다.

 

하지만 다양한 공모전을 해보면서 나는 기획과는 맞지 않다고 느꼈다.

 

기획은 창의적이고 예술적인 마인드가 뛰어난 사람들이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렇게 창의적인 사람은 아니기에 기획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이 책은 어느덧 내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다시 이 책을 접하게 된 건 얼마 전이다.

 

프리랜서 PPT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회의감이 들었다.

 

나는 그냥 디자이너가 아니라 PPT를 만드는 사람인데, 예쁜 디자인에 매몰되고 있던 것이었다.

 

'PPT의 본질은 예쁜 디자인이 아닌데, 왜 난 디자인만 보고 있지?'

 

'그럼 PPT의 본질은 뭐지?'

 

'그래, 스토리텔링이고 기획이지'

 

바로 서점으로 달려가 도서 검색대에서 '기획'이라는 단어를 검색했다.

 

가장 먼저 나온 책의 위치를 파악하고 그 책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근처에는 그 책뿐만 아니라 수많은 기획 관련 서적들이 쌓여 있었다.

 

'응? 어라? 이 책 그때 김작가TV에 나왔던 그 책이네?'

 

우연히 <기획에서 기획을 덜어내라>를 발견했고, 반가운 마음에 집어 들었다.

 

 

 

유튜브 방송에서 제갈현열 작가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기획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냐고 묻기 전에 기획 관련된 책 두 권만 골라서 5회독 정도는 하고 와서 물어봐라"

 

'그래, 너가 그렇게 말했으니까 내가 이 책 5회독 한번 해본다'

 

이런 유치한 생각으로 일단 집으로 가져와서 읽기 시작했다.

 

책은 정말 술술 읽혔고, 하루만에 1회독을 마쳤다.

 

그리고 느꼈다.

'아... 이거 그때 바로 사서 읽었어야 했다...'

 


"당신은 이미 기획을 하고 있었다"

 

이 책 1장의 제목이다.

 

말 그대로 우리는 이미 모두 살면서 기획을 하고 있었다.

 

다만 그걸 '기획'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뿐.

 

좋아하는 이성을 만나기 위해 노력했던 것.

 

원하는 곳에 취업을 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

 

친구와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

 

모두 사실 '기획'이었다.

 

 

기획은 설득이라고 말한다.

 

즉, 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상대방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과정이다.

 

그 과정을 가로막는 문제점을 해결할 매력적인 해결책을 제시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상대방의 욕망을 충족시키고, 우리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

 

그것이 기획이라는 말이다.

 

 

정말 생각해보면 우리는 항상 이런 삶을 살아간다.

 

취업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만 봐도 이렇다.

 

우리는 A회사의 인사팀으로 취업을 하고 싶다.

 

그럼, 우리는 우리를 어떻게 어필해야 할까?

 

바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기획'이 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질문을 던진다.

 

"A회사의 인사팀은 무엇을 하는 부서지?"

 

"인사팀은 회사 내에서 어떤 역할을 하지?"

 

"그럼 인사팀은 어떤 사람을 원할까?"

 

"나는 그런 성향을 가지고 있나...? 아닌 것 같은데... 어떡하지?"

 

"예전에 했던 아주 사소한 일에서라도 그런 성향을 어필할 수 있는 에피소드가 있지 않을까?"

 

이런 질문의 과정을 거쳐 목표가 구체화된다.

 

'취업에 성공하기'에서 '~~한 나의 성향을 보여줄 수 있는 에피소드를 찾기'로.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상대방의 욕망(A회사의 인사팀이 원하는 인재상)이 나오고,

 

그것을 가로막는 문제점(나는 그러한 사람이 아니다)까지 도출된다.

 

 

전문가들은 이것들을 '상황분석', '타겟분석' 등의 어려운 말을 써서 기획을 어렵게 만들어버렸다고 말한다.

 

물론, 이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소통을 수월하게 하기 위한 좋은 수단이 되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기획을 처음 시작하는 단계에서 이런 것부터 배우기 시작하기 때문에

 

본질을 외면한 채 툴만을 연마한다는 점에 있을 것이다.

 

 

컨설팅 학회 시절 Framework 자료

 

나 역시 대학교 시절 전략 컨설팅 학회를 하면서 다양한 툴을 배웠다.

 

5-Forces, 3C, 4P 등등.

 

나는 이것을 많이 아는 게 똑똑한 거라고 생각했고, 이렇게 많은 Framework를 알아야 좋은 전략을 낼 수 있다고 믿었다.

 

공모전에서 주제를 받고 우리 팀이 가장 먼저 한 게 경쟁사 분석(Competitor Analysis)이었으니 말 다 했다.

 

학교 팀 프로젝트에서 발표를 하게 되면 PPT에 온갖 Framework를 남발하며 나의 지식을 뽐냈다.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닌데...

 

 

툴은 사고를 더 쉽게 하기 위한 수단일 뿐 절대 주객전도가 돼서는 안 되는데,

 

나는 항상 툴에 내 사고를 맞췄다.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계속 들다가도 그걸 멈출 수 없었다.

 

다른 학회원들도 다 그러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이런 현상이 흔히 '기획의 전문가'들이라는 사람들한테서도 역시나 일어난도 저자는 말한다.

 

그러다보니 점점 '기획'의 장벽은 높아지고, 사람들은 '기획이 어렵다'고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은 매력이다"

 

이미지 출처 : <기획에서 기획을 덜어내라>

 

이렇게 본질에 집중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사고가 유연해진다.

 

사고가 유연해지면 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낼 수 있게 된다.

 

 

질문을 통해 상황을 파악하고,

 

이를 통해 목표를 구체화하고,

 

구체화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스토리를 짜는 것 까지.

 

여기까지는 어느 정도 '논리'의 영역이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건 '그래서 뭐?'이다.

 

해결책이 중요한 것이다.

 

이 해결책에는 두 가지가 들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가능성''매력성'.

 

일단 그것이 할 수 있는 일이어야 한다.(가능성)

 

하지만, 가능성이 있음에도 상을 받지 못하는 기획서들이 많다고 말한다.

 

그럼 가능성도 있고 상도 받는 기획서의 특징은 무엇일지 살펴보니 '매력성'이라 말한다.

 

가능성만 있고 뻔한 답이 아닌, 마음을 울리는 '매력 있는' 기획이라는 것이다.

 

 

나는 이 '매력'이 위에서 말한 것처럼 본질에 집중할 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건 기획뿐만 아니라 어디에나 적용되는 원리다.

 

아나운서 준비생들 중 상당수는 '뉴스를 잘 읽는 것', 'MC를 잘하는 것'에 집중한다.

 

물론 그것을 잘해야 붙을 '가능성'이 생긴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본인만의 매력이라 생각한다.

 

회사가 느끼기에 그 지원자가 '매력'이 있어야 할 게 아닌가?

 

나 역시 어느 순간 이걸 깨닫고 나의 매력을 찾아 나가고 있다.

 

뉴스를 조금 못해도, 발성이 조금 아쉬워도, 그 누구보다 방송에서 '매력'을 뽐낼 수 있는 지원자.

 

내가 면접관이라면 그런 사람을 뽑겠다.

 

 

기획에 있어서 그런 매력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이 책에서는 이 질문에 대한 힌트를 많이 제공해준다.

 

 

이 책은 '기획을 잘 하는 법'에 대한 답을 주지 않는다.

 

그건 답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렇다고 뻔한 소리로 일관하지도 않는다.

 

본질에 집중하기 위한 '사고 방법'을 알려준다.

 

그리고 매력적인 기획을 하기 위한 '팁'을 알려준다.

 

 

오히려 답을 주지 않은 것에 감사하다.

 

만약 답을 줬다면, 나는 대학 시절 했던 실수를 또 한 번 반복했을지도 모른다.

 

온갖 Framework에 내 사고를 끼워 맞추면서...

 

 

기획은 '기획자'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모두 기획을 하고 있었으며, 앞으로도 기획을 하게 될 것이다.

 

인생을 제대로 한 번 기획해보고 싶은 분이라면, 당장 이 책을 5회독하는 걸 추천한다.